장마가 시작되던 첫 주, 집 문을 여는 순간부터 작은 냄새가 따라 들어왔다. 젖은 양말에서 올라오는 것과도, 오래된 나무장에서 스미는 것과도 다른, “축축함의 냄새”였다. 현관 매트는 하루에 두 번씩 바꿔 깔았고, 신발은 창가에 늘어놓아 말리기도 했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냄새는 또 제자리였다. 그때부터 나는 현관만 집중적으로 바꾸는 한 달짜리 실험을 시작했다. 특별한 장비 없이, 매일 10분 내로 할 수 있는 것들만 모았다.
1주차: 냄새의 출처를 찾는 일
처음 한 일은 치우는 것도, 새것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관찰이었다. 퇴근 후 신발을 벗고, 그 자리에 3분쯤 서 있었다. 발자국처럼 젖은 자리가 어디에 남는지, 매트가 물을 얼마나 먹는지,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 의외로 냄새는 신발이 아니라 바닥 줄눈에서 더 진하게 올라왔다. 물기가 모이는 지점이 늘 같은 곳이었다.
그날 밤, 현관 중앙에 있던 매트를 살짝 옆으로 밀어 물길이 생기는 자리를 드러냈다. 다음 날 퇴근길에 얇고 빨리 마르는 발수 매트를 하나 더 사서, 기존의 두꺼운 매트와 겹치지 않게 입구→안쪽 2단 레이어로 깔았다. 물은 첫 매트에서 대부분 걸러졌고, 두 번째 매트는 남은 물기를 훑어냈다. 그날 밤 줄눈에서 올라오던 냄새가 반으로 줄었다.
2주차: 바닥보다 먼저 말려야 하는 것
둘째 주에는 신발 말리기를 바꿨다. 이전엔 창가에 일렬로 세워두고 자연건조를 기다렸다. 문제는 밑창이었다.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이 가장 늦게 마르니, 다음 날 다시 습기를 끌어올랐다. 나는 신문지를 동그랗게 말아 바닥에서 1cm 뜨게 받침을 만들었다. 말리는 방향도 바꿨다. 앞코만 창을 향하던 습관을 버리고, 하루는 앞코, 다음 날은 뒤꿈치를 바람 쪽으로 돌렸다. 회전시키듯 말리자, 속까지 마르는 시간이 확연히 짧아졌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했다. 신발장 맨 위 칸에 작은 USB 선풍기를 눕혀 두고, 퇴근 후 30분만 타이머로 돌렸다. 덥지도, 시끄럽지도 않은 바람이 칸마다 잠깐씩 스치고 지나가면, 그날 묻어 온 습기가 밤새 눅진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덕분에 주말엔 굳이 모든 신발을 꺼내 햇볕에 줄 세우는 의식이 줄었다.
3주차: 문틈, 손잡이, 그리고 작은 병 하나
셋째 주에는 냄새가 붙는 면을 손봤다. 문 손잡이 주변과 신발장 손잡이는 손기름과 비가 섞여 묘한 냄새를 오래 붙잡는다. 물티슈로 훑어내는 대신,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한 방울 풀어 부드러운 천으로 닦았다. 세제 냄새도, 축축함도 남기지 않으려면 끝에 마른 천 한 번이 꼭 필요했다.
현관 한쪽에는 작은 스프레이 병을 놓았다. 내용물은 물과 식초를 9:1로 섞은 것. 비 오는 날 퇴근해 들어오면 매트 위로 한두 번 가볍게 분사했다. 방향제와 다르게 향이 남지 않아서, 거슬림이 없다. 줄눈에 뿌리진 않았다. 산 성분이 돌 틈을 상하게 할 수 있어서다. 줄눈에는 물만 자주. 작은 규칙을 정하니 손이 덜 갔다.
4주차: “보송한 집”의 정의
마지막 주에는 바람의 길을 만들었다. 현관은 작은 공간이라 공기가 쉽게 갇힌다. 하루에 두 번, 아침 출근 전과 저녁 귀가 후에 현관문과 맞은편 창을 5분만 열었다. 장마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엔 창을 대신해 욕실 환풍기를 켰다. 공기의 흐름이 생기는 순간, 냄새는 고여 있을 틈을 잃는다.
그리고 가장 작은 변화. 우산꽂이를 바꿨다. 물받이통이 깊은 제품은 물이 오래 머문다. 나는 바닥이 드러난 철제 프레임으로 바꾸고, 밑에는 얇은 트레이를 뒀다. 빗물이 보여야 버릴 수 있다. 눈에 띄지 않는 물이 냄새를 키운다는 걸, 그동안 몰랐다.
실험 이후: 달라진 건 냄새만이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보니, 현관은 더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매트는 가끔 햇볕을 쬐면 금세 살아났고, 신발장 문을 열었을 때 풍기는 공기는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집에 들어서는 첫 한숨이 가벼워졌다. 냄새가 사라지니, 바깥의 젖은 공기를 현관에서 털어내고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비 오는 날에도.
돌이켜보면 특별한 기술은 없었다. 대신 몇 가지 작은 확신이 생겼다.
- 냄새는 제거보다 예방이 쉽다. 물길을 끊으면 냄새는 자라지 않는다.
- 잘 마르는 것이 잘 치우는 것보다 먼저다. 바닥과 밑창, 줄눈의 순서를 기억한다.
- 보이지 않는 물을 보이게 만드는 장치—얇은 트레이, 2단 매트—가 손을 덜 움직이게 한다.
- 하루 10분의 루틴은 의외로 즐겁다. 결과가 바로 코끝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10분
실험기를 읽고도 막막하다면, 오늘은 이것만 해보자.
- 현관 매트를 입구와 안쪽 두 칸으로 나눠 깔기(두껍고 얇은 것 조합).
- 젖은 신발은 1cm 받침을 만들어 밑창에 바람이 통하게 두기.
- 문과 맞은편 창을 5분만 열어 공기 길 열기(또는 환풍기).
- 우산꽂이 밑에 얇은 트레이를 깔고, 퇴근 즉시 물 비우기.
이 네 가지를 일주일만 반복해도, 집의 첫인상은 달라진다. 광고에서 보던 향긋한 거실이 아니라, 아무 냄새도 없는 현관이 집의 품격을 만든다. 장마는 매년 돌아오지만, 냄새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 작은 물길을 끊고, 작은 바람길을 열어두면 된다. 그게 내가 한 달 동안 배운, 보송한 집의 가장 단순한 비밀이었다.
